사진 제공=미국 에너지부
지정학적 리스크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의 극적인 평화 협상 타결 기대감과 물류 통제 완화 징후에 일제히 폭락세로 돌아서며 금융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논의가 마침내 최종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격 선언한 직후, 뉴욕상업거래소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원유 가격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약 6%씩 동반 폭락하며 각각 배럴당 97달러대와 104달러대까지 밀려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불발될 경우 가차 없는 추가 군사 타격이 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였으나, 중동 우방국들의 요청을 수용해 선제적 무력 충돌을 자제하겠다는 온건한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이란 외무부 역시 미국의 공식 제안서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 밝히며,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규범 수립에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해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걸프만 일대에 두 달 넘게 고립되어 있던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이 마침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물류 재개 소식이 하락 장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 중 한 척은 국내 정유업계가 기다리던 쿠웨이트산 원유를 싣고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경계하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게인캐피털 등 주요 투자기관들은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낙관적 발언이 과거에도 긴장 재고조로 이어진 전례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미·이란 간 외교 교착 상태와 해협의 실질적 통제는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유 공급 부족을 경고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이 장기적인 공급망 훼손 위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브렌트유가 단기적으로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드맥킨지 역시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는 극단적 시나리오를 제시한 반면,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되어 6월 중 해협이 완전히 전면 개통된다면 연말 80달러선까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더욱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등 주요 공급처들은 분쟁 이전 수준의 정상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마저 시장 예상치인 290만 배럴 감소를 대폭 상회하는 790만 배럴 감소로 집계되면서, 당분간 중동발 외교 무대의 전개 상황과 글로벌 비축유 바닥 추이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극에 달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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