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공룡 책을 보면서 다들 한 번쯤 이런 생각 해보지 않으셨나요? "티라노사우루스는 몸도 엄청 크고 무서운데... 왜 팔은 저렇게 귀엽고 하찮을까?"
아무리 봐도 몸에 비해 너무 어색하죠. 넘어지면 땅을 짚을 수도 없을 것처럼 짧아서 솔직히 좀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학계에서도 이 '치명적인 숏팔'은 오랜 수수께끼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 런던대(UCL)와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공룡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슴이 웅장해질 만한 소식이에요. 도대체 그 거대한 포식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봤습니다.

◆ 30미터짜리 먹잇감의 등장과 숲속의 살벌한 생존 경쟁
백악기 시절, 이들의 주식이었던 초식공룡들이 말도 안 되게 거대해졌습니다. 목과 꼬리를 합쳐 30미터가 넘는 거대 초식공룡들이 판을 치기 시작한 거죠.
건물 10층 높이만 한 녀석들을 사냥해야 하는데, 겨우 앞발 손톱으로 긁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섣부르게 앞발로 매달렸다가 밟혀 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죠.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포식자들은 앞발을 쓰는 걸 깨끗하게 포기하는 대신, 단 한 방으로 뼈까지 씹어 으스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턱 힘'을 기르기 시작한 겁니다.
◆ 머리가 단단해질수록 쓸모없어진 앞팔의 눈물겨운 다이어트
연구팀은 육식공룡 82종의 머리뼈 단단함과 무는 힘을 분석해 점수를 매겼습니다. 이 살벌한 대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건 역시 티라노사우루스였죠.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규칙성이 발견됩니다. 머리뼈가 튼튼하고 턱이 발달한 공룡일수록 앞팔의 길이는 비정상적으로 짧아졌다는 점입니다.
일단 머리 하나로 사냥이 다 해결되니까 앞팔은 쓸 일이 없어졌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세대를 거치며 점점 작아진 것입니다.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자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 셈이죠.

◆ 덩치가 작아도 숏팔? 뼈가 증명하는 진화의 진실
"덩치가 워낙 크니까 몸의 무게중심을 잡으려고 팔이 작아진 것 아닐까?"라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을 단칼에 잠재운 녀석이 바로 '마중가사우ルス'입니다.
이 녀석은 몸무게가 1.6톤 정도로 티라노사우루스에 비하면 5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체구였습니다. 그런데도 머리뼈는 무지막지하게 단단했고, 앞팔은 티라노보다 더 심한 숏팔이었습니다.
결국 덩치와 상관없이 '머리가 강해지면 앞팔은 퇴화한다'는 공식이 입증된 것이죠.
◆ 하찮아 보이는 숏팔, 사실은 가장 치열했던 선택의 결과
우리가 보기엔 하찮고 멍청해 보이던 티라노의 짧은 팔이, 사실은 생존을 위해 가장 비장하게 선택한 진화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참 경이롭지 않나요?
더 강력한 무기(턱)를 얻기 위해 덜 중요한 것(앞팔)을 기꺼이 포기한 공룡들의 선택. 어쩌면 우리 삶에서도 진짜 소중한 하나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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