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엉덩이에 '눈 그림' 그렸더니 4년간 실제로 벌어진 엄청난 결과

하명진 기자
2026.01.15 15:17:06

애니멀플래닛Bobby-Jo Photography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의 엉덩이에 사람의 눈처럼 보이는 기묘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요? 


언뜻 보면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가축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매우 과학적이고도 기발한 생존 전략입니다.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4년간의 실험 결과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삼각주 지역에서 무려 2,061마리의 소를 대상으로 대규모 추적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실험 방식은 흥미로웠습니다. 


애니멀플래닛Bobby-Jo Photography


소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에는 엉덩이에 실제 눈과 흡사한 눈동자 그림을 그렸고, 두 번째 그룹에는 단순한 십자(X) 표시를, 마지막 그룹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은 채 방목했습니다.


4년 뒤 도출된 통계는 놀라웠습니다. 눈 그림을 그려 넣은 683마리의 소 중 사자에게 희생된 소는 단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반면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소들은 15마리가 목숨을 잃었고, 십자 표시를 한 소들 중에서도 4마리가 사자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그림 하나가 소들의 생사를 가르는 강력한 방어막이 되어준 것입니다.


애니멀플래닛Bobby-Jo Photography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사자나 표범 같은 맹수들의 독특한 사냥 습성에 있습니다. 


이들은 먹잇감에게 몰래 접근해 기습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때 상대와 눈이 마주치면 '자신의 존재가 들켰다'고 판단해 사냥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 엉덩이에 그려진 인공 눈동자가 포식자에게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셈입니다.


이번 연구는 비싼 울타리나 살상 무기 없이도 야생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림 하나로 생명을 구하는 이 지혜로운 방법은 가축 손실로 고통받던 아프리카 현지 농가들에게도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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